전세 원상회복 범위, 못자국·도배·장판 세입자 책임 기준
이사 날짜는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도배 장판 새로 해놓고 나가라"고 해서 난감하시죠. 원상회복은 입주 당시 상태 그대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임차인의 고의·과실로 생긴 훼손만 복구하는 의무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생기는 통상의 손모(마모·변색)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판례와 분쟁조정 실무의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법적 근거와 '통상의 손모' 개념
민법 제615조와 제654조에 따라 임차인은 목적물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 의무를 집니다. 다만 법원은 임대료 안에 이미 자연스러운 마모에 대한 대가가 포함돼 있다고 봅니다. 즉 4년 살아서 누렇게 변한 벽지까지 새것으로 돌려놓으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판단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통상적인 주거 사용 범위를 넘었는가. 둘째, 임차인의 부주의가 원인인가. 이 두 질문에 모두 '아니오'면 임차인 책임이 아닙니다.
항목별 책임 기준
| 항목 | 통상 손모(임대인 부담) | 임차인 부담 가능성 높음 |
|---|---|---|
| 못자국 | 액자·시계용 작은 못, 압정 자국 | 벽면 다수 타공, 에어컨·선반 설치용 큰 구멍, 석고 파손 |
| 벽지 | 햇빛 변색, 가구 자국, 자연 들뜸 | 낙서, 애완동물 훼손, 찢김, 흡연으로 인한 착색·냄새 |
| 장판·마루 | 보행 마모, 가구 눌림 자국 | 물 방치로 인한 들뜸, 담배 자국, 무거운 물건 끌어 생긴 깊은 흠집 |
| 곰팡이 | 구조적 결로, 외벽 누수 | 환기 없이 장기 방치해 확산된 경우 |
| 설비 | 노후로 인한 고장 | 임의 교체·철거 후 미복구, 충격으로 인한 파손 |

곰팡이는 가장 다툼이 잦은 항목입니다. 결로는 건물 구조 문제인 경우가 많아, 발견 즉시 사진과 함께 집주인에게 알린 기록이 있으면 임차인 책임이 크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3년간 말없이 살다가 퇴거 때 발견되면 관리 소홀을 주장당하기 쉽습니다.
도배·장판 비용은 감가상각으로 계산합니다
임차인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새것 교체 비용 전액을 물지는 않습니다. 경과 기간만큼 가치가 줄어든 것을 빼고 잔존 가치만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내용연수를 6년으로 보고 4년을 거주했다면, 남은 가치는 3분의 1입니다. 도배비 100만원이 들었다면 임차인 부담은 약 33만원 선에서 조정되는 식입니다. 내용연수를 몇 년으로 볼지는 자재와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조정에서는 5~6년 안팎을 기준 삼아 협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액 청구를 받았다면 이 계산법을 근거로 감액을 요구하세요.
퇴거 전 해두면 좋은 준비
- 입주 당일 사진: 이미 이사했다면 늦었지만, 다음 집에서는 꼭 하세요. 벽면·바닥·창틀·싱크대를 날짜가 찍히게 촬영합니다. 30분이면 끝납니다.
- 퇴거 전 동행 점검: 짐을 뺀 상태에서 집주인과 함께 돌아보고, 그 자리에서 책임 범위를 정리합니다.
- 합의 내용은 문자로: 구두 합의는 나중에 말이 바뀝니다. "도배는 안방만 임차인 부담, 금액 20만원으로 합의" 정도로 남겨 두면 충분합니다.

전문 청소업체를 부르는 건 의무가 아닙니다. 본인이 직접 쓸고 닦아 상식적인 수준으로 정리하면 됩니다. 다만 계약서에 청소비 특약이 명시돼 있다면 그건 따라야 합니다.
놓치기 쉬운 점
계약서 특약이 우선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분이 많습니다. "퇴거 시 도배·장판 임차인 부담" 같은 문구에 서명했다면 원칙보다 특약이 앞섭니다. 계약 단계에서 걸러야 할 문장입니다.
또 하나. 집주인이 원상회복을 이유로 보증금 전액을 붙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다툼이 있는 금액만 유보하고 나머지는 돌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협의가 안 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금액이 크지 않다면 소액사건심판도 방법입니다. 조정 신청 수수료와 처리 기간은 변동될 수 있으니 신청 전 해당 기관 공고를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FAQ)
Q. 못자국 몇 개까지 괜찮나요?
A. 개수로 딱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액자나 시계를 거는 정도의 작은 못 자국 몇 개는 통상의 사용 범위로 보지만, 벽면 여러 곳을 타공했거나 석고보드가 뜯겨 나간 수준이면 보수 비용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Q. 집주인이 도배비 전액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우선 훼손 원인이 임차인 과실인지부터 따지고,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거주 기간만큼 감가상각한 금액만 부담하겠다고 서면으로 제안하세요. 견적서와 사진을 요구해 근거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Q. 원상회복 때문에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면요?
A. 다툼 있는 금액을 넘어서는 보증금 유보는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내용증명으로 반환을 요구한 뒤에도 해결되지 않으면 분쟁조정 신청이나 임차권등기명령,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검토하세요.
원상회복은 '새집으로 되돌리기'가 아니라 '내 과실로 망가뜨린 부분만 고치기'라는 기준만 잡으면 대부분의 다툼은 정리됩니다.